딩동


같은 아파트의 1층.
몇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는 그 집의 인터폰을 울리자, 문 저편에서 터덕터덕 커다란 발소리가 들려온다.


「네ーー!」
「안녕」
「아! 카미코쿠료상」


방문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열다니 부주의해.
하고, 마음속으로 핀잔을 줬지만, 너무나도 모모나다워서 웃어버렸다.


「모모나, 씻고 나왔어?」
「맞아요~」
「미안 몸 식어버리겠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세요?」
「오늘 말이야, 다들 우리집에서 새해을 맞이할 건데, 모모나도 괜찮다면 오지 않을래?」
「와, 좋네요~ 하지만 저, 동생들을 돌봐야해서 못 가요...죄송해요, 감사합니다」


모모나에겐 나이가 떨어진 여동생이 둘 있다.
언제나 「싸웠다」는둥 「화해했다」는둥, 여동생들과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도 하고, 사이 좋게 쇼핑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모모나의, 실제 연령보다도 차분한 분위기나 포용력은 여동생 둘을 돌보고 있기 때문일까.


「아, 리나상은 오늘 알바 쉬시나요?」
「응, 쉰대~」
「그럼 리나상이랑 리나상의 여자친구분이랑, 사사키상이다!」
「정답! 그리고, 무로상도 있어」
「우와, 무로타상이 있다면 장난 아닐 것 같네요~」


언제나 시합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으니까
농구부의 멤버에 대해서도, 무로상의 "장난 아님"도, 모모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


「무로타상, 슬슬 개그맨이라도 되는 게 좋을텐데」
「그치ー! 아하하! 얼마전에도, 무로상이랑 사사키상의 티키타카가 정말 재밌어서...」


바로 얼마 전, 연습중에 시작된 즉흥 콩트가 머리를 스쳤다.

진지하게 연습에 몰두하는 사사키상에게 장난을 치며, 곤란하게 만들었던 무로상.
처음엔 「시끄러워」라며 상대를 해주지 않았던 사사키상은 「놀 줄을 모르네」라는 말에 불이 붙어서 전력으로 까불거려 보이곤 마침 그 장면을 부장에게 목격 당해서.

사사키상만 혼이 났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을 손가락질 하며 웃은 무로상도 혼이 나서.

사사키상은 조금 가여웠지만, 그때의 두 사람의 즉흥 콩트와 댄스와 이상한 얼굴은
지금, 떠올려도 정말…


「앗하하! 정말 우스웠어」
「카미코쿠료상, 행복해 보이시네요」
「엣?」
「지금, 행복하세요?」
「아, 응... 고마워. 모모나 덕분이야」


사람이란 손이 내밀어지면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잡아버리는지라.

 

쓱 내밀어진 손을 반사적으로 잡고 있었다.
모모나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카미코쿠료상, 손도 정말 작네요」
「시끄러워. 에? 것보다 뭐야? 악수?」
「네. 올해는 여러가지로 신세를 졌습니다. 내년부터도, 변함없이 잘 부탁드려요」
「응!」


그러자 모모나는 무언가 떠오른 듯이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라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얼굴을 가까이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이전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사진.
광장에 있던 커다란 트리와, 일루미네이션.

눈이 빛나서 엄청 예쁘다.

이 예쁜 사진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카미코쿠료상, 사사키상과 키스했었죠」
「엣! 핫! 뭐!?
「그렇게 당당히 해버리면, 뭐라 할 말이 없죠ー」


갑작스런 일에 동요해서 거짓말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못, 모모나도 나카니시 선생님이랑 데이트했었잖아!」
「저희는 그쪽 분들과 달라서 건전하게 교제하고 있거든요!

「잠깐 우리가 불건전하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
「아닌가요?」
「아니얏!」


봐요, 여기. 하고, 모모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인파.
크리스마스 트리.

일루미네이션.
흩날리는 눈.


그리고, 모모나가 화면을 줌한다.


「멋대로 찍히지 말아주세요. 정말 불건전.」
「엣!」
「정말 그림이 된다구요. 흥」
「에, 싫다! 엄청 부끄러워! 에, 잠깐, 한 번만 더 보여줘!」
「싫어요」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어쩌지, 부끄러워.

거기에 찍혀 있던 자신과 사사키상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서 그 핸드폰에 손을 뻗는다.
그러자 모모나가 쑥 하고, 팔을 위로 올린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따라가지만, 전혀 잡히지 않는다.


「보ー여ー줘!」
「싫ー어ー요!」
「모모나ー!」
「보고 싶으면 뺏어보세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헛손질을 하듯 공중을 휘적거리는 팔이 덧없다.
모모나의 몸을 딛고, 발꿈치를 든다.
그래도 전혀 닿지 않아.

폭소하며 핸드폰을 멀리 떼어놓는 모모나에게 점점 열이 받기 시작한다.


「안닿아!」
「정말 작네요」
「정말ー! 그렇게 선배를 놀리고!」
「이럴 때만 선배를 앞세우지 말아주세요」

「뭐 하고 있어ー」

「아, 사사키상!」
「아, 사사키상 안녕하세요~」


돌아보자, 어딘가 질린 듯한 눈으로 우리를 보는 사사키상.
한 손에 든 비닐봉지를 이쪽으로 내민다.
바스락바스락 흔들리는 봉지에서는, 내가 부탁한 식재가 고개를 내민다.


「부탁한 거 사왔는데ー」
「아!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이런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돌아가서, 언니랑 같이 요리를 해야만 한다.
밑준비도, 해야할 게 아주 많다.

아ー, 정말은 사사키상이 오기 전에도 여러가지로 해치워놓고 싶었는데!


「정말! 모모나!」
「저는 별로 나쁜 짓은 하지 않았는데요?」
「이따가 다시 LINE할테니까! 보내줘! 사진!」
「읽씹할지도 모르지만요」
「아 왜!」


모모나는 왜인지 장난스러운 얼굴로, 사사키상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나도 사사키상을 올려다봤더니, 기분탓인가 뺨이 부풀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기분 탓인가.


「아하하, 사사키상, 새해 잘 보내세요~」
「너ー도ー잘ー보ー내!」
「모모나, 새해 복 많이 받아」
「네ー엡. 즐겁게 보내시길~」





















「드디어 올해도 끝인가ー!」


무로상과 같이 우리집에 온 타케우치상의 밝은 목소리가 울린다.

이 한 해, 정말 여러 일이 있었다.
나는 사사키상을 좋아하게 되고, 연인이 되었고.
우리 언니는 타케우치상이라는 멋진 연인을 찾았고.

그리고.


「에ー, 크흠! 여러분 정숙히. 들어주세요. 저, 단장 무로타, 긴 시간의 짝사랑을 지나, 이번에, 카와무라 아야노상과 교제를」
「어이, 길어ー!」


지체가 없는 타케우치상.
그리고 요리를 옮기는 걸 돕고 있는 사사키상이 「단장이라는 건 뭐야!」라며 연속해서 태클을 건다.

긴 시간의 짝사랑, 이라고 말하는 것 치곤 무로상은 「간단하지」라며 큰소리를 치며 웃어버렸다.



「무로상, 오늘 카와무를 데려와도 괜찮았는데」
「카무의 집은 가족끼리 보낸대! 구이 파티를 한다나 뭐라나」


구이 파티?

전원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구이 파티의 정체를 의논하기 시작한 우리는 수습이 되지 않아, 무로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잘은 모르겠는데, 뭔가 어쨌든 굽는 거 아냐? 손질할 생선도 잔뜩 있다고 그랬고, 뭔가 카무 바빠보였어. 그런 느낌!」
「헤에! 물고기를 손질하는 여자! 카와무, 멋있다~」


…사사키상이 칭찬해준다면 나도 생선 손질을 할 수 있게 돼볼까.

내년의 목표.

생선 손질을 할 수 있는 여자가 되는 것.

막 이래.
멋대로 카와무와 기싸움을 해봤자 소용 없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처럼 해도, 마음 어딘가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게 본심.
카와무의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무로상은 계속 매력적인 사람으로 있어주길.

딱히,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사사키상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런 복잡한 감정도, 사사키상에게 힘껏 내보이면, 커다란 사랑으로 받아줄테고
내가 만족할 때까지 불안을 전부 없애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건, 뭔가, 말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무로에게 다시 한 번 사귀자고 말한 거지?」


타케우치상의 질문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진다.
저기, 무로상.
계속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리다니, 그건 "적중입니다" 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무로상과 뭔가 답하기 전에, 사정을 아는 나와 사사키상을 얼굴을 마주보고, 뿜어버렸다.


「…하!? 에, 설마 그쪽에서 말한 거야!?」
「싫다! 타케상! 뭐라고 하지 마세요!」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진짜냐고ー! 앗하하! 저 리카도 말했는데」
「자, 잠깐 잠깐. 타케상 "저 리카"는 굳이 말할 필요 없잖아요? 저, 여기 있거든요.」
「무로타 미즈키, 누군가와는 달라서 의외로 소녀입니다아」


누가 소녀인데…
라고 중얼거리는 사사키상의 어깨에 날라오는, 무로상의 주먹.

「아파」라면서
과장되게 아파하는 사사키상이지만, 절대로 아픈 게 아니다.
엄청 웃고 있어.


「물론, 아직 키스도 못했거든? 손이 빠른 누군가랑은 달라서? 나는 진지하니까ー?」
「핫…!? 어이, 뭐, 뭐야 그건!」
「에ー? 사삿키도 아니고? 라고 하면 될까? 꺅!」


손이 빠른 누군가...라는 건.
음…


나도 조금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까, 흘려듣지 못할 말이.


「나도 카무가 양호실에서 자고 있으면 뽀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막 이래!」
「어이!」


네.
사사키상, 벌 받기 결정.



「잠깐 기다려주세요! 왜 무로상이 그걸 알고 있는 거예요!?」
「와! 카미! 카미, 미안! 잠깐 무로 말하지마! 바보야!」
「에ー? 아카리도 알고 있는데」
「엣! 타케상까지!? ...잠깐, 사사키사아앙!?」
「미ー안ー!!」


뭐..나도 모모나에게 이야기해버렸고
사사키상이 타케우치상과 무로상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딱히 진심으로 화내는 건 아니지만,
미안하단 말을 100번 정도 말하는 필사적인 사사키상을 보니, 뭔가 재밌어서.
그 초조해하는 모습은, 내 장난끼에 불을 지펴버렸다.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자, 사사키상은 새빨개져서 뺨을 부풀렸다.
타케우치상은 크게 웃으며, 언니가 있는 부엌으로 도망쳤다.


「타케상 타케상 타케상! 자기만 도망치다니 치사해요!!」
「무로! 이리로 오지마! 여긴 어른의 세계다!ろ!」

「무로는 많이 놀 거라고 생각했었어~」


의외로 외곬이구나, 라고 덧붙이며, 요리를 옮기며 웃는 언니의 바로 옆을
총총총총 따라라니는 타케우치상은, 「방해하지마」 라던가 「타케, 뭘 대단한 듯이 말하고 있어」라며, 예상대로 얻어맞았다.


「저, 외곬이에요! 순수해요! 타케상! 밥 먹고나서 마리오카트 해요!」







다같이 밥을 먹고
술 같은 건 누구 한 명 마시지 않았는데 취한 것처럼 텐션이 높아서, 시종 떠들썩했다.

소란스러운 틈을 타 나의 안색을 살피는 사사키상은, 내가 정말 화났다고 생각하는 건지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여다봐오길래, 웃어보이자 그제야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다른 아이가 양호실에서 자고 있어도 뽀뽀하면 안 돼요! 라고 말했더니, 할 리가 없잖아! 라며 조금 화를 냈다.


「게임하자」 라는 둥 「연말엔 홍백이지」 「가키시야」라며 모두 옥신각신했지만,
무로상의 「그럼 승부에서 도망치는 건가요?」라는 한 마디에 넘어가 결국 다같이 게임에 몰두 중.


「와ー! 무로! 기다려 기다려!!」
「무로 치사해!」
「안 기다립니다ー! 치사하지 않아요ー!」


평소 별로 게임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했던 사사키상, 그리고 언니.
vs 무로상.
압도적으로 무로상이 강하지만, 다들 엄청 즐거워보인다.

사사키상은 "강해보이니까" 라고 말하며 쿠파를 선택했지만,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쿠파가 되기라도 한 듯 소리를 지르고, 커브를 돌 때마다 자신의 몸도 같이 돌린다.
딱 보기에도 엉성해.

지기만 하지만, 그것도 귀여워.

무로상이 가져온 게임이었는데, 가장 게임을 잘하는 타케우치상은 모두를 마구마구 이겨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옆에 있다.
뭐…나도 한 번도 이기지 못했으니까, 이제 됐어.


「아ー, 정말 잘도 고백했네, 저 녀석.」
「정말 잘됐죠. 무로상」
「아니야, 리카 말이야, 리카」
「엣? 아ー…뭐…여러 일이 있었지만요?
「응, 대체로 알고 있어. 아하하!」
「그쵸~」
「아니, 그치만, 리카 초식이니까! 어떻게 되려나 했지만」
「에엣…사사키상 전혀 초식이라던가 아니지 않아요?」


아까의 그 일도 있고, 조금 욱해버린 나를 「아ー 양호실?」 하고, 타케우치상은 우습다는 듯 웃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닌데요!」


확실히 사귀기 전까지는 엄청 멀리 돌기도 했고, 뭐 그 나름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적어도 초식은 아니에요.
여름 축제에서도 익숙한 듯이 껴안았고
키스도 정말로 내가 처음인가? 싶을 정도로, 익숙한...기분이 들어.
그렇다고 할까 능숙해.


「아싸!!!」
「뭐야, 무로 너무 강해!
「헤헤헤! 마리오카트 정도 밖에 사삿키에게 못이기는 걸! 리나상 2위! 예ー이!」
「예ー이」
「시꺼ー! 한 번 더해!


아, 또 무로상이 이겼나보다.
사사키상 몇 번째 지는 거지.
후후, 욱해있는 얼굴도 귀여워.

저렇게,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데.

둘만 있을 때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 타케우치상이 어깨를 감싸안는다.

「엣, 저기. 그것만이 아니, 라니...잠깐 잠깐 카미쨩 카미쨩」
「네?」
「설마, 설마 설마, 카미쨩. 이미 리카랑, 했어?」
「…엣?」
「아, 그런 의미가 아니라?」
「왓! 그, 그만하세요! 뭐예요 그게! 설마, 설마 그런!」
「와ー, 뭐야ー! 깜짝 놀랬어ー! 하마터면, 리카를 한 대 칠 뻔 했네ー」
「전혀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의미를 모를 리가 없잖아! 앗하하!」


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어쩐지 아무 대꾸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런 것을 생각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제대로 생각한 적은 없다.

꽤나 바디터치도 많고, 언제나 손을 잡아주고, 자주 안아주고,
비교적 어디서든 키스해오려고 한다.
알고 있겠지만 사귀기 전에 키스한 적도, 뭐. 있기도 하고.

그런 걸 말하고 싶었던 건데.


「잠깐! 저기ー! 타케상! 카미랑 가깝지 않아요!?」
「시끄러워ー! 됐으니까 리카는 마리오카트나 해!」
「우와ー앙!」























「어라…잠들어버렸다…」


티비는 게임 화면에서 어느새인가 홍백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 바로 옆에는, 떠들다 지쳐 잠들어버린 무로상과…
어라? 사사키상도 있었을텐데.

어디에 가버린거지.
어쩐지 추워.
화장실인가?
모르는 사이에 돌아가버렸나?
으음, 아니야, 설마 그런…

두리번거리고 있자, 부엌쪽에서 살금살금 사사키상이 돌아왔다.
다행이다…
안도가 너무 얼굴에 드러났는지, 사사키상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줘서, 무심코 표정이 누그러졌다.

정말 잠깐,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인데 왜인지 엄청 불안해졌다.
사사키상이 있으면 따뜻하지나, 없으면 쌀쌀하다.
너무 외롭게 하면, 얼어버리니까요.



문득, 부엌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으아아! 졸려! 떡 먹고 싶어!」
「타케, 시끄러워. 됐으니까 빨리 설거지해ー」
「네이 네이ー!」


옥신각신하는 듯한 목소리.

잘그락잘그락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아무래도 언니와 타케우치상이, 모두가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뭔가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서려고 하자 사사키상이 손을 잡아당겨, 다시 앉힌다.

「아, 카미, 괜찮아 괜찮아」
「에? 아, 도우러…」
「도울 일이 있냐고 물으러 갔더니, 뽀뽀하고 있었어」
「아ー…」
「정말. 스킨십 하는 거 생으로 처음 봤어」
「아하하」
「어라? 그러고보니 신년? 해 넘었어?」
「아직 조금 남은 거 같네요」
「오ー 위험해 위험해. 나도 지금까지 자버렸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크게 하품.
눈을 비비는 동작이 아이 같아...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미, 자는 얼굴 귀여웠어」
「에! 잠깐...부끄러운데요…」
「후헤헤」
「아ー… 설마 뽀뽀를 한 건...?」


짖굳게 물어보자 사사키상은 「안했어」라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으ー음.
그럼 왜 그렇게 눈을 굴리고 있는 거죠.


「…정말 안했어요?
「………했어」
「이것 봐요ー!」
「이거 당분간 놀림받으려나」
「어쩔 수 없잖아요. 사사키상이 한 짓인 걸요. 아하하」
「켁. 뭐야」


어린애 같다고 생각한 건 철회입니다.
하지만 주눅이 든 얼굴은, 역시 귀여워.
선잠을 잔 탓에, 얼굴에 이상한 자국도 나있고.


「뭔가 자국이 나있는데요? 아하하.」


그 뺨에 난 자국을 살며시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어떤 얼굴도 어떤 목소리도, 역시 귀엽다고 생각해버리니까, 반한 쪽이 지는 거라는 건 이런 거겠지 생각한다.


「있지 카미. 둘이서 빠져나가자. 첫 참배 가자」
「아, 하지만 무로상도 첫 참배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잠들어버린 사람 잘못이지, 아하하. 내일이라도 첫 참배는 갈 수 있고, 카와무랑 가는 게 무로도 좋지 않겠어?」
「…뭐, 그렇네요!」


무로상을 깨우지 않도록.
언니와 타케상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사사키상과 둘이서 조용히 집을 나왔다.




밤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어서, 별이 잘 보인다.
맑은 밤하늘은 플라네타리움처럼 예뻤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까지 냉기가 차는 것 같아 몸이 떨렸다.


장갑을 끼고 나올걸,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분명 사사키상의 손이 더 따뜻할 거다.
이제 곧 사사키상과 만난지 1년이 된다.
여러 계절을 함께 보내고, 어떤 계절이라도 그 체온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사사키상이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을 쫓듯, 내 손도 주머니에 넣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후 바로 씨익 웃으며, 손을 잡아준다.
차가웠던 손도, 이어져있는 곳에서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들듯이 따스한 감각이 들었다.

사사키상의 온기가 없으면, 앞으로, 못해나갈 거야.


「아, 카미. 그러고보니, 사진이라는 건 무슨 말이야?」
「에? 사진?
「캇사에게 말했던 거
「아ー, 아하하.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쓰이잖아! 뭔가 카미, 캇사한테 딱 붙어선...그런 건....」


그런 건
뭔가
신경쓰이잖아
뭔가 말이야…

사사키상은 경을 외우듯이 중얼거린다.

에, 설마.
저랑 모모나에게 질투라도?



댕ー…
댕ー…

어딘가 멀리서 일제히 커다란 제야의 종이 울린다.

시간은 마침 딱 지금, 0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앗! 사사키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 정말이다. 카미, 새해 복 많이 받아」


작년의 끝과, 올해의 시작
해를 넘어 사사키상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기쁘다.

머플러에 얼굴을 묻고, 풀어진 얼굴을 숨기고 있자 갑자기 멈춰서는 사사키상.
손을 잡고 있는 탓에 나도 급브레이크가 걸려,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려본다.

 

왜인지 거리가 가까워지고, 사사키상이 내 목덜미에 손을 대고, 끌어당긴다.
천천히 얼굴이 다가온다.
앗, 여기 밖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자다 일어난지 얼마 안 돼 어딘가 멍한 머리는 반응도 둔해서, 그 힘에 몸을 맡기고 조용히 키스를 했다.


「...헤헷. 올해 처음의 키스ー」


천진한 미소에 가슴이 쿵 울린다.

아아…
올해 첫 두근거림이에요.


「역시 사사키상은 초식은 아니야…」
「에? 뭐?」
「다른 이야기에요」
「흐응」
「아, 그리고...사진 이야기는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모모나가 저희를 찍어준 모양이에요. 그걸, 보내달라고 한 거예요」
「아ー… 그렇구나」


왜인지 아직 부루퉁해서 삐죽 나와있는 입술에 짧게 키스를 했다.

웃어주세요, 사사키상.
삐진 얼굴도 좋지만, 웃는 얼굴이 제일 좋아요.


「…정말」
「사사키상?」
「뭐야」
「기분 풀렸어요?」
「흥… 풀렸어」







본래라면 심야라고 불리는 시간대.
이런 밤중에 사사키상과 걷는 것, 그것만으로도 비일상을 느껴서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가는 신사도 여름축제를 했던 신사도 아닌 또 다른 분위기에 자연스리 발걸음이 가벼워진다.て

그러자.


「사사키상ー!」
「아! 마오핀!...이랑, 후나.」
「어이! 덤인 것처럼 말하지마~!」


붕붕 손을 흔드는 후나와 마오쨩이 다가왔다
순간 사사키상의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빼려고 하자, 왜인지 강하게 잡혔다.

놀란 얼굴로 올려보자, 사사키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아.

고개를 숙이며 신년 인사를 나눈다.

마오쨩, 기숙사에서 혼자 사니까 본가에 돌아가려나 싶었는데 가족이랑 보내지 않았구나.

힘차게, 생글생글 웃는 마오쨩은 언제 만나도 밝아서, 함께 있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엄청 멋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붙임성 있는 미소로 다가오는 후나도 그렇다.
두 사람이 모이면, 누구라도 금새 웃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이어져있는 우리의 손을, 후나가 일부러 「옷」 하는 소리를 내며 가르킨다.
그걸 눈치채고, 바로 눈ㅇ르 돌렸다.


「신년에도, 사이가 좋구만~!」
「덕분에」


극히 평소와 같은 톤으로 말하는 사사키상에 비해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으면 좋을지 몰라서, 줄지어 있는 점포들을 둘러봤다.
좋겠다 좋겠다 하며 가볍게 점프를 하며, 후나와 마오쨩은 꺅꺅거리고 있었다.


「뭐 재수 좋게 본 걸로 치지」
「무스부쨩도 말이야! 뭔가 좋은 사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전혀 알려주지도 않고!」
「뭐어ー! 마오핀도 빨리 멋진 사람을 찾으란 말이야~」
「이것 봐! 그렇게 항상 얼버무리고ー!!」


이쪽이야말로 신년부터 힘이 넘치는 두 사람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사투리가 섞여 달아오르는 토크가 재밌어서, 사사키상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다행이야.
괜찮아. 괜찮아.
조금이지만 아직 아픈 가슴도, 괜찮아.
마오쨩을 보는 다정한 눈길도 옆모습도, 잠깐...아니 계속 질투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괜찮아.
나는 따뜻한 이 손을 믿어.






이제 곧 3학년의 마지막 시합.
모두가 부상 없이, 승리를 잡을 수 있길.

그리고 사사키상과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언제나 웃는 얼굴로 지낼 수 있길, 제대로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첫 참배에서 돌아오는 길, 「올해도 잘 부탁해」하고, 수줍어하는 사사키상.
그 후에 말해준 「좋아해」가, 뭔가 묘하게 긴장해있고, 서툴고, 귀여워서.
"사사키상은 초식이 아니야"
라고 타케우치상에게 말해버린 건 비밀로 하기로 했다.













* * * *












「사사키」
「네! 아, 수고하셨습니다!」


어느날의 연습 후.
카가 선배가 말을 걸었다.

「이번 일요일에 뭔가 예정 있어?」
「일요일? 아니요, 딱히 없어요」
「그럼 잠깐 어울려주지 않을래?」
「아, 네」


옆에서 즐거운 듯 웃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배를 잡고 지금이라도 웃으며 나뒹굴어질 것 같은 기세로 폭소하고 있는 미니즈가 있어서, 나까지 무심코 웃음이 나버렸다.


그러자 내 옆에서 카가 선배도 다정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 미리 말해두겠는데 딱히 데이트 하자고 꼬신 건 아니니까」
「아, 알고 있어요!」











카가 선배를 끌려나와 도착한 곳은 일요일의 신사.
당연하지만 오늘은 학교도 부활동도 쉰다.


「미안하네, 시간을 뺏어서」
「아뇨! 오히려, 함께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대회의 결승전을 향한 필승기원.

첫 참배와는 또 다르다.
몸을 단정히 하고, 인사를 한 후 토리이 밑을 지난다.

조금 앞을 걷는 카가 선배의 등, 이렇게나 의젓했구나…
이제 곧 있으면, 나는 이 등을 쫓을 수 없게 된다.

타케상이 졸업해버렸을 때는 그저 마냥 서운하고, 불안으로 가득해서
하지만 타케상이 없는 만큼, 남은 모두가 강해지는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타케상이 없어지니까 약해졌다고 듣지 않도록 좀 더 최강이 되자고, 그렇게 맹세하며 성장도 했다.

그때 역시 누구보다도 우리를 이끌어줬던 건 카가 선배.

그리고, 올해는 그런 카가 선배가 졸업을 한다.
쓸쓸함이나 불안만이 아닌, 작년에는 없었던 책임감이라는 것이 확실히 싹트고 있었다.


짝, 짝…

깊게 머리를 숙인 후, 얼굴을 들고, 똑바로 예배소를 봤다.
옆의 카가 선배도 머리를 들고, 똑같이 앞을 응시한다.


「사사키」
「네」


「다음 부장, 너에게 맡기고 싶어」


공기는 찬데, 태양의 온기를 담은 어딘지 따뜻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해주겠어?」
「―――…넵」


언제나…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카가 선배로부터의 신뢰.
라이벌이자, 존경하는 선배이자, 부장.

그 뒤를…내가 이어가는 건가.
자신은, 아직 없다.

아직, 모르겠다.

제대로 모두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카가선배처럼 멋있는 부장이 될 수 있을지,
타케상처럼 모두에게서 사랑 받는 부장이 될 수 있을지, 지금은 아직 아무것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적지 않은 무게가 실리는 프레셔ー

엄청 영광인 일.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인데.
나로 괜찮은 걸까, 이런 겁쟁이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다들 따라와줄까. 

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주면 좋겠다. 그런 마음도 거짓은 아니었다.


「사사키답게 해. 누군가의 흉내가 아닌, 사사키의 부장을 하면 되는 거야」


마음을 알아준 건지, 그렇게 말하며 힘차게 내 어깨를 친다.


「사사키라면 괜찮아. 내가 말하는 거니까 자신을 가져」
「…넵」
「힘 내!」
「네! 아, 응원 와주셔야해요? 가끔은 보러 와주세요!」
「아하하. 응석부리지 마ー」


난폭하게 머리를 마구마구 헝클어주는게 기분 좋아서 웃었다.


「가자. 제대로, 항상 신경쓰고 있을테니까」


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코를 훌쩍이며 꾹 참았다.

카가 선배와는, 학년은 다르지만, 언제나 라이벌이었다.
분한 기억도 잔뜩 있다.

이기질 못해서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카가 선배처럼 잘 하지 못해서, 몇 번이고 분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렇게나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최근에야 알게된 것이다.


「사사키는 농구부의 동료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누구보다도 신뢰했었어」
「앗…감사합니다…」
「최고의 라이벌이었지」
「저도 그래요!」
「이러고. 에이스에게 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말하냐는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분했던 적도 많이 있었고. 농구 이외에도 말이지. 하하하!」


그건…그렇지.
나와 선배는 연적이었다.

물론, 껄끄러웠던 시기도 있었다.
플레이에도 영향을 줬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안녕」 이라던가 「수고했어」라던가, 사소한 인사부터
카가 선배는 나를 받아줘서, 갈라진 틈을 조금씩 채워줬다.

지금 이렇게 누구보다도 연이 깊어졌다고 느끼는 건, 카가 선배 덕분이다.


「…대학에 가면, 카미를,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어이, 자신을 찬 여자애를 신경쓰라고?」
「아, 죄송해요」
「하하하, 농담이야. 이상한 놈이 들러붙지 않도록 보고 있을게」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배에게 응석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정초에서 조금 지난 신사는 첫 참배객도 이제 별로 오지 않아,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에마라도 쓰고 갈까. 라는 권유에 솔직하게 승락하고, 자신이 쓴 에마를 건다.

내 바람은, 물론
『승리할 수 있길!!
그리고 작게
『카미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길』
이라고 썼다.

내가 썼지만 욕심이 넘치는 바람이라 웃어버렸다.


「카가 선배 다 하셨어ー…요?」
「…」
「…선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옆모습.
하나의 에마를 손에 쥐고,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아ー, 아니야」


슬쩍 들여다본 에마에는 귀여운 글씨.
아마, 여자애가 쓴 에마겠지.

아마가 아니라, 바로 알았다.


「…아,」



"둔감한 소꿉친구가 돌아봐주길.
          요코야마 레이나 "



「이거 말이지…」
「아아…뭐, 요코양 같네요. 라고 할까, 요코양이네요」
「…」
「카가 선배…어떡하실 거예요?」


뭐에 대한 "어떡하실 거예요?" 인지, 카가 선배가 멋대로 해석하게 내버려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고.

다만 카가 선배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부드러운 표정으로 요코양과 이야기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부활동에서 돌아갈 때도, 전까지는 요코양이 부르러 오면 「에ー. 그럼 같이 돌아갈까」라는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선배가 먼저 요코양에게 말을 걸러 가고 있었다.

…새로운 사랑에 나아가는 일은, 아마,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도 그럴게 하나의 사랑에 마주하는 것도 심신 전부 전력인 걸.
어중간한 마음으론 할 수 없다.

그 등을 제대로 밀어주고 싶지만,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은 참견할 수 없다.
참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선배가 먼저 말해오는 것을 기다렸다.


「나는 말이야…」
「…네,」
「나는, 카미코쿠료상을 좋아하게 되고, 행복한 기분도 알고, 괴로움도 알고, 사사키만 바라보는 카미코쿠료상을 알고, 그런 식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어딘가 먼 곳을 보는 옆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내가 카미코쿠료상에게 차인 후, 잠깐동안, 요코야마 녀석 나를 피했었거든」
「아ー…」

요코양…아마이지만, 카가 선배가 카미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봤던 것 같다.
그날, 학교의 복도에서 눈물을 흘리는 요코양과 스친 것은, 분명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알고, 처음에는 열이 받았어. 그 녀석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울었어, 내 앞에서」
「엣」
「우는 모습은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데. 뭔가...그 왜, 그 녀석, 웃는 얼굴이 엄ー청 귀엽잖아」
「네」
「그 웃는 얼굴을 봤더니, 엄청 안심이 되어서. 가슴이 죄어와서. ...이 미소를 지키고 싶다고 분명히 생각했어. 요코야마 같은 녀석을 보고 」
「그건…」


그 감정의 답은, 분명 내 쪽이 아니라.
카가 선배가 스스로 깨닫는 편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을 삼켰다.


「언제나 함께 있는데.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있었는데. 뭔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그 뺨을 붉게 물든다.

생각에 잠긴 얼굴을 풀어주고 싶어서 「라이벌이 줄어서 기쁘네요」라며, 조금 건방진 소리를 했다.

카가 선배는 바로 「건방진 소리 하지마」라며 다시 머리를 마구마구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건방진 김에 한 마디 더 하자면, 카가 선배의 조금 서툰 다정함은 귀엽다고 생각한다.
이건 말하지 못하지만.

그리고, 입에 발린 말일지도 모르지만...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결승전 전의, 마지막 부활동.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자연스레 모여든 원진.
카가 선배의 외침에, 기합을 넣는다.
모두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마음은 같았다.

마음이 복받

 

같은 아파트의 1층.

몇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는 그 집의 인터폰을 울리자, 문 저편에서 터덕터덕 커다란 발소리가 들려온다.

 

 

「네ーー!」

「안녕」

「아! 카미코쿠료상」

 

 

방문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열다니 부주의해.

하고, 마음속으로 핀잔을 줬지만, 너무나도 모모나다워서 웃어버렸다.

 

 

「모모나, 씻고 나왔어?」

「맞아요~」

「미안 몸 식어버리겠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세요?」

「오늘 말이야, 다들 우리집에서 새해을 맞이할 건데, 모모나도 괜찮다면 오지 않을래?」

「와, 좋네요~ 하지만 저, 동생들을 돌봐야해서 못 가요...죄송해요, 감사합니다」

 

 

모모나에겐 나이가 떨어진 여동생이 둘 있다.

언제나 「싸웠다」는둥 「화해했다」는둥, 여동생들과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도 하고, 사이 좋게 쇼핑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모모나의, 실제 연령보다도 차분한 분위기나 포용력은 여동생 둘을 돌보고 있기 때문일까.

 

 

「아, 리나상은 오늘 알바 쉬시나요?」

「응, 쉰대~」

「그럼 리나상이랑 리나상의 여자친구분이랑, 사사키상이다!」

「정답! 그리고, 무로상도 있어」

「우와, 무로타상이 있다면 장난 아닐 것 같네요~」

 

 

언제나 시합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으니까

농구부의 멤버에 대해서도, 무로상의 "장난 아님"도, 모모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

 

 

「무로타상, 슬슬 개그맨이라도 되는 게 좋을텐데」

「그치ー! 아하하! 얼마전에도, 무로상이랑 사사키상의 티키타카가 정말 재밌어서...」

 

 

바로 얼마 전, 연습중에 시작된 즉흥 콩트가 머리를 스쳤다.

 

진지하게 연습에 몰두하는 사사키상에게 장난을 치며, 곤란하게 만들었던 무로상.

처음엔 「시끄러워」라며 상대를 해주지 않았던 사사키상은 「놀 줄을 모르네」라는 말에 불이 붙어서 전력으로 까불거려 보이곤 마침 그 장면을 부장에게 목격 당해서.

 

사사키상만 혼이 났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을 손가락질 하며 웃은 무로상도 혼이 나서.

 

사사키상은 조금 가여웠지만, 그때의 두 사람의 즉흥 콩트와 댄스와 이상한 얼굴은

지금, 떠올려도 정말…

 

 

「앗하하! 정말 우스웠어」

「카미코쿠료상, 행복해 보이시네요」

「엣?」

「지금, 행복하세요?」

「아, 응... 고마워. 모모나 덕분이야」

 

 

사람이란 손이 내밀어지면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잡아버리는지라.

 

 

 

쓱 내밀어진 손을 반사적으로 잡고 있었다.

모모나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카미코쿠료상, 손도 정말 작네요」

「시끄러워. 에? 것보다 뭐야? 악수?」

「네. 올해는 여러가지로 신세를 졌습니다. 내년부터도, 변함없이 잘 부탁드려요」

「응!」

 

 

그러자 모모나는 무언가 떠오른 듯이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라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얼굴을 가까이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이전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사진.

광장에 있던 커다란 트리와, 일루미네이션.

 

눈이 빛나서 엄청 예쁘다.

 

이 예쁜 사진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카미코쿠료상, 사사키상과 키스했었죠」

「엣! 핫! 뭐!?」

「그렇게 당당히 해버리면, 뭐라 할 말이 없죠ー」

 

 

갑작스런 일에 동요해서 거짓말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못, 모모나도 나카니시 선생님이랑 데이트했었잖아!」

「저희는 그쪽 분들과 달라서 건전하게 교제하고 있거든요!」

 

「잠깐 우리가 불건전하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

「아닌가요?」

「아니얏!」

 

 

봐요, 여기. 하고, 모모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인파.

크리스마스 트리.

 

일루미네이션.

흩날리는 눈.

 

 

그리고, 모모나가 화면을 줌한다.

 

 

「멋대로 찍히지 말아주세요. 정말 불건전.」

「엣!」

「정말 그림이 된다구요. 흥」

「에, 싫다! 엄청 부끄러워! 에, 잠깐, 한 번만 더 보여줘!」

「싫어요」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어쩌지, 부끄러워.

 

거기에 찍혀 있던 자신과 사사키상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서 그 핸드폰에 손을 뻗는다.

그러자 모모나가 쑥 하고, 팔을 위로 올린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따라가지만, 전혀 잡히지 않는다.

 

 

「보ー여ー줘!」

「싫ー어ー요!」

「모모나ー!」

「보고 싶으면 뺏어보세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헛손질을 하듯 공중을 휘적거리는 팔이 덧없다.

모모나의 몸을 딛고, 발꿈치를 든다.

그래도 전혀 닿지 않아.

 

폭소하며 핸드폰을 멀리 떼어놓는 모모나에게 점점 열이 받기 시작한다.

 

 

「안닿아!」

「정말 작네요」

「정말ー! 그렇게 선배를 놀리고!」

「이럴 때만 선배를 앞세우지 말아주세요」

 

「뭐 하고 있어ー」

 

「아, 사사키상!」

「아, 사사키상 안녕하세요~」

 

 

돌아보자, 어딘가 질린 듯한 눈으로 우리를 보는 사사키상.

한 손에 든 비닐봉지를 이쪽으로 내민다.

바스락바스락 흔들리는 봉지에서는, 내가 부탁한 식재가 고개를 내민다.

 

 

「부탁한 거 사왔는데ー」

「아!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이런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돌아가서, 언니랑 같이 요리를 해야만 한다.

밑준비도, 해야할 게 아주 많다.

 

아ー, 정말은 사사키상이 오기 전에도 여러가지로 해치워놓고 싶었는데!

 

 

「정말! 모모나!」

「저는 별로 나쁜 짓은 하지 않았는데요?」

「이따가 다시 LINE할테니까! 보내줘! 사진!」

「읽씹할지도 모르지만요」

「아 왜!」

 

 

모모나는 왜인지 장난스러운 얼굴로, 사사키상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나도 사사키상을 올려다봤더니, 기분탓인가 뺨이 부풀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기분 탓인가.

 

 

「아하하, 사사키상, 새해 잘 보내세요~」

「너ー도ー잘ー보ー내!」

「모모나, 새해 복 많이 받아」

「네ー엡. 즐겁게 보내시길~」

 

 

 

 

 

 

 

 

 

 

 

 

 

 

 

 

 

 

 

 

「드디어 올해도 끝인가ー!」

 

 

무로상과 같이 우리집에 온 타케우치상의 밝은 목소리가 울린다.

 

이 한 해, 정말 여러 일이 있었다.

나는 사사키상을 좋아하게 되고, 연인이 되었고.

우리 언니는 타케우치상이라는 멋진 연인을 찾았고.

 

그리고.

 

 

「에ー, 크흠! 여러분 정숙히. 들어주세요. 저, 단장 무로타, 긴 시간의 짝사랑을 지나, 이번에, 카와무라 아야노상과 교제를」

「어이, 길어ー!」

 

 

지체가 없는 타케우치상.

그리고 요리를 옮기는 걸 돕고 있는 사사키상이 「단장이라는 건 뭐야!」라며 연속해서 태클을 건다.

 

긴 시간의 짝사랑, 이라고 말하는 것 치곤 무로상은 「간단하지」라며 큰소리를 치며 웃어버렸다.

 

 

 

「무로상, 오늘 카와무를 데려와도 괜찮았는데」

「카무의 집은 가족끼리 보낸대! 구이 파티를 한다나 뭐라나」

 

 

구이 파티?

 

전원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구이 파티의 정체를 의논하기 시작한 우리는 수습이 되지 않아, 무로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잘은 모르겠는데, 뭔가 어쨌든 굽는 거 아냐? 손질할 생선도 잔뜩 있다고 그랬고, 뭔가 카무 바빠보였어. 그런 느낌!」

「헤에! 물고기를 손질하는 여자! 카와무, 멋있다~」

 

 

…사사키상이 칭찬해준다면 나도 생선 손질을 할 수 있게 돼볼까.

 

내년의 목표.

 

생선 손질을 할 수 있는 여자가 되는 것.

 

막 이래.

멋대로 카와무와 기싸움을 해봤자 소용 없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처럼 해도, 마음 어딘가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게 본심.

카와무의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무로상은 계속 매력적인 사람으로 있어주길.

 

딱히,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사사키상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런 복잡한 감정도, 사사키상에게 힘껏 내보이면, 커다란 사랑으로 받아줄테고

내가 만족할 때까지 불안을 전부 없애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건, 뭔가, 말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무로에게 다시 한 번 사귀자고 말한 거지?」

 

 

타케우치상의 질문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진다.

저기, 무로상.

계속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리다니, 그건 "적중입니다" 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무로상과 뭔가 답하기 전에, 사정을 아는 나와 사사키상을 얼굴을 마주보고, 뿜어버렸다.

 

 

「…하!? 에, 설마 그쪽에서 말한 거야!?」

「싫다! 타케상! 뭐라고 하지 마세요!」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진짜냐고ー! 앗하하! 저 리카도 말했는데」

「자, 잠깐 잠깐. 타케상 "저 리카"는 굳이 말할 필요 없잖아요? 저, 여기 있거든요.」

「무로타 미즈키, 누군가와는 달라서 의외로 소녀입니다아」

 

 

누가 소녀인데…

라고 중얼거리는 사사키상의 어깨에 날라오는, 무로상의 주먹.

 

「아파」라면서

과장되게 아파하는 사사키상이지만, 절대로 아픈 게 아니다.

엄청 웃고 있어.

 

 

「물론, 아직 키스도 못했거든? 손이 빠른 누군가랑은 달라서? 나는 진지하니까ー?」

「핫…!? 어이, 뭐, 뭐야 그건!」

「에ー? 사삿키도 아니고? 라고 하면 될까? 꺅!」

 

 

손이 빠른 누군가...라는 건.

음…

 

 

나도 조금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까, 흘려듣지 못할 말이.

 

 

「나도 카무가 양호실에서 자고 있으면 뽀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막 이래!」

「어이!」

 

 

네.

사사키상, 벌 받기 결정.

 

 

 

「잠깐 기다려주세요! 왜 무로상이 그걸 알고 있는 거예요!?」

「와! 카미! 카미, 미안! 잠깐 무로 말하지마! 바보야!」

「에ー? 아카리도 알고 있는데」

「엣! 타케상까지!? ...잠깐, 사사키사아앙!?」

「미ー안ー!!」

 

 

뭐..나도 모모나에게 이야기해버렸고

사사키상이 타케우치상과 무로상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딱히 진심으로 화내는 건 아니지만,

미안하단 말을 100번 정도 말하는 필사적인 사사키상을 보니, 뭔가 재밌어서.

그 초조해하는 모습은, 내 장난끼에 불을 지펴버렸다.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자, 사사키상은 새빨개져서 뺨을 부풀렸다.

타케우치상은 크게 웃으며, 언니가 있는 부엌으로 도망쳤다.

 

 

「타케상 타케상 타케상! 자기만 도망치다니 치사해요!!」

「무로! 이리로 오지마! 여긴 어른의 세계다!ろ!」

 

「무로는 많이 놀 거라고 생각했었어~」

 

 

의외로 외곬이구나, 라고 덧붙이며, 요리를 옮기며 웃는 언니의 바로 옆을

총총총총 따라라니는 타케우치상은, 「방해하지마」 라던가 「타케, 뭘 대단한 듯이 말하고 있어」라며, 예상대로 얻어맞았다.

 

 

「저, 외곬이에요! 순수해요! 타케상! 밥 먹고나서 마리오카트 해요!」

 

 

 

 

 

 

 

다같이 밥을 먹고

술 같은 건 누구 한 명 마시지 않았는데 취한 것처럼 텐션이 높아서, 시종 떠들썩했다.

 

소란스러운 틈을 타 나의 안색을 살피는 사사키상은, 내가 정말 화났다고 생각하는 건지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여다봐오길래, 웃어보이자 그제야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다른 아이가 양호실에서 자고 있어도 뽀뽀하면 안 돼요! 라고 말했더니, 할 리가 없잖아! 라며 조금 화를 냈다.

 

 

「게임하자」 라는 둥 「연말엔 홍백이지」 「가키시야」라며 모두 옥신각신했지만,

무로상의 「그럼 승부에서 도망치는 건가요?」라는 한 마디에 넘어가 결국 다같이 게임에 몰두 중.

 

 

「와ー! 무로! 기다려 기다려!!」

「무로 치사해!」

「안 기다립니다ー! 치사하지 않아요ー!」

 

 

평소 별로 게임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했던 사사키상, 그리고 언니.

vs 무로상.

압도적으로 무로상이 강하지만, 다들 엄청 즐거워보인다.

 

사사키상은 "강해보이니까" 라고 말하며 쿠파를 선택했지만,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쿠파가 되기라도 한 듯 소리를 지르고, 커브를 돌 때마다 자신의 몸도 같이 돌린다.

딱 보기에도 엉성해.

 

지기만 하지만, 그것도 귀여워.

 

무로상이 가져온 게임이었는데, 가장 게임을 잘하는 타케우치상은 모두를 마구마구 이겨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옆에 있다.

뭐…나도 한 번도 이기지 못했으니까, 이제 됐어.

 

 

「아ー, 정말 잘도 고백했네, 저 녀석.」

「정말 잘됐죠. 무로상」

「아니야, 리카 말이야, 리카」

「엣? 아ー…뭐…여러 일이 있었지만요?」

「응, 대체로 알고 있어. 아하하!」

「그쵸~」

「아니, 그치만, 리카 초식이니까! 어떻게 되려나 했지만」

「에엣…사사키상 전혀 초식이라던가 아니지 않아요?」

 

 

아까의 그 일도 있고, 조금 욱해버린 나를 「아ー 양호실?」 하고, 타케우치상은 우습다는 듯 웃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닌데요!」

 

 

확실히 사귀기 전까지는 엄청 멀리 돌기도 했고, 뭐 그 나름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적어도 초식은 아니에요.

여름 축제에서도 익숙한 듯이 껴안았고

키스도 정말로 내가 처음인가? 싶을 정도로, 익숙한...기분이 들어.

그렇다고 할까 능숙해.

 

 

「아싸!!!」

「뭐야, 무로 너무 강해!」

「헤헤헤! 마리오카트 정도 밖에 사삿키에게 못이기는 걸! 리나상 2위! 예ー이!」

「예ー이」

「시꺼ー! 한 번 더해!」

 

 

아, 또 무로상이 이겼나보다.

사사키상 몇 번째 지는 거지.

후후, 욱해있는 얼굴도 귀여워.

 

저렇게,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데.

 

둘만 있을 때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 타케우치상이 어깨를 감싸안는다.

 

「엣, 저기. 그것만이 아니, 라니...잠깐 잠깐 카미쨩 카미쨩」

「네?」

「설마, 설마 설마, 카미쨩. 이미 리카랑, 했어?」

「…엣?」

「아, 그런 의미가 아니라?」

「왓! 그, 그만하세요! 뭐예요 그게! 설마, 설마 그런!」

「와ー, 뭐야ー! 깜짝 놀랬어ー! 하마터면, 리카를 한 대 칠 뻔 했네ー」

「전혀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의미를 모를 리가 없잖아! 앗하하!」

 

 

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어쩐지 아무 대꾸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런 것을 생각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제대로 생각한 적은 없다.

 

꽤나 바디터치도 많고, 언제나 손을 잡아주고, 자주 안아주고,

비교적 어디서든 키스해오려고 한다.

알고 있겠지만 사귀기 전에 키스한 적도, 뭐. 있기도 하고.

 

그런 걸 말하고 싶었던 건데.

 

 

「잠깐! 저기ー! 타케상! 카미랑 가깝지 않아요!?」

「시끄러워ー! 됐으니까 리카는 마리오카트나 해!」

「우와ー앙!」

 

 

 

 

 

 

 

 

 

 

 

 

 

 

 

 

 

 

 

 

 

 

「어라…잠들어버렸다…」

 

 

티비는 게임 화면에서 어느새인가 홍백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 바로 옆에는, 떠들다 지쳐 잠들어버린 무로상과…

어라? 사사키상도 있었을텐데.

 

어디에 가버린거지.

어쩐지 추워.

화장실인가?

모르는 사이에 돌아가버렸나?

으음, 아니야, 설마 그런…

 

두리번거리고 있자, 부엌쪽에서 살금살금 사사키상이 돌아왔다.

다행이다…

안도가 너무 얼굴에 드러났는지, 사사키상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줘서, 무심코 표정이 누그러졌다.

 

정말 잠깐,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인데 왜인지 엄청 불안해졌다.

사사키상이 있으면 따뜻하지나, 없으면 쌀쌀하다.

너무 외롭게 하면, 얼어버리니까요.

 

 

 

문득, 부엌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으아아! 졸려! 떡 먹고 싶어!」

「타케, 시끄러워. 됐으니까 빨리 설거지해ー」

「네이 네이ー!」

 

 

옥신각신하는 듯한 목소리.

 

잘그락잘그락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아무래도 언니와 타케우치상이, 모두가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뭔가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서려고 하자 사사키상이 손을 잡아당겨, 다시 앉힌다.

 

「아, 카미, 괜찮아 괜찮아」

「에? 아, 도우러…」

「도울 일이 있냐고 물으러 갔더니, 뽀뽀하고 있었어」

「아ー…」

「정말. 스킨십 하는 거 생으로 처음 봤어」

「아하하」

「어라? 그러고보니 신년? 해 넘었어?」

「아직 조금 남은 거 같네요」

「오ー 위험해 위험해. 나도 지금까지 자버렸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크게 하품.

눈을 비비는 동작이 아이 같아...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미, 자는 얼굴 귀여웠어」

「에! 잠깐...부끄러운데요…」

「후헤헤」

「아ー… 설마 뽀뽀를 한 건...?」

 

 

짖굳게 물어보자 사사키상은 「안했어」라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으ー음.

그럼 왜 그렇게 눈을 굴리고 있는 거죠.

 

 

「…정말 안했어요?」

「………했어」

「이것 봐요ー!」

「이거 당분간 놀림받으려나」

「어쩔 수 없잖아요. 사사키상이 한 짓인 걸요. 아하하」

「켁. 뭐야」

 

 

어린애 같다고 생각한 건 철회입니다.

하지만 주눅이 든 얼굴은, 역시 귀여워.

선잠을 잔 탓에, 얼굴에 이상한 자국도 나있고.

 

 

「뭔가 자국이 나있는데요? 아하하.」

 

 

그 뺨에 난 자국을 살며시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어떤 얼굴도 어떤 목소리도, 역시 귀엽다고 생각해버리니까, 반한 쪽이 지는 거라는 건 이런 거겠지 생각한다.

 

 

「있지 카미. 둘이서 빠져나가자. 첫 참배 가자」

「아, 하지만 무로상도 첫 참배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잠들어버린 사람 잘못이지, 아하하. 내일이라도 첫 참배는 갈 수 있고, 카와무랑 가는 게 무로도 좋지 않겠어?」

「…뭐, 그렇네요!」

 

 

무로상을 깨우지 않도록.

언니와 타케상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사사키상과 둘이서 조용히 집을 나왔다.

 

 

 

 

밤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어서, 별이 잘 보인다.

맑은 밤하늘은 플라네타리움처럼 예뻤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까지 냉기가 차는 것 같아 몸이 떨렸다.

 

 

장갑을 끼고 나올걸,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분명 사사키상의 손이 더 따뜻할 거다.

이제 곧 사사키상과 만난지 1년이 된다.

여러 계절을 함께 보내고, 어떤 계절이라도 그 체온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사사키상이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을 쫓듯, 내 손도 주머니에 넣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후 바로 씨익 웃으며, 손을 잡아준다.

차가웠던 손도, 이어져있는 곳에서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들듯이 따스한 감각이 들었다.

 

사사키상의 온기가 없으면, 앞으로, 못해나갈 거야.

 

 

「아, 카미. 그러고보니, 사진이라는 건 무슨 말이야?」

「에? 사진?」

「캇사에게 말했던 거」

「아ー, 아하하.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쓰이잖아! 뭔가 카미, 캇사한테 딱 붙어선...그런 건....」

 

 

그런 건

뭔가

신경쓰이잖아

뭔가 말이야…

 

사사키상은 경을 외우듯이 중얼거린다.

 

에, 설마.

저랑 모모나에게 질투라도?

 

 

 

댕ー…

댕ー…

 

어딘가 멀리서 일제히 커다란 제야의 종이 울린다.

 

시간은 마침 딱 지금, 0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앗! 사사키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 정말이다. 카미, 새해 복 많이 받아」

 

 

작년의 끝과, 올해의 시작

해를 넘어 사사키상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기쁘다.

 

머플러에 얼굴을 묻고, 풀어진 얼굴을 숨기고 있자 갑자기 멈춰서는 사사키상.

손을 잡고 있는 탓에 나도 급브레이크가 걸려,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려본다.

 

 

 

왜인지 거리가 가까워지고, 사사키상이 내 목덜미에 손을 대고, 끌어당긴다.

천천히 얼굴이 다가온다.

앗, 여기 밖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자다 일어난지 얼마 안 돼 어딘가 멍한 머리는 반응도 둔해서, 그 힘에 몸을 맡기고 조용히 키스를 했다.

 

 

「...헤헷. 올해 처음의 키스ー」

 

 

천진한 미소에 가슴이 쿵 울린다.

 

아아…

올해 첫 두근거림이에요.

 

 

「역시 사사키상은 초식은 아니야…」

「에? 뭐?」

「다른 이야기에요」

「흐응」

「아, 그리고...사진 이야기는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모모나가 저희를 찍어준 모양이에요. 그걸, 보내달라고 한 거예요」

「아ー… 그렇구나」

 

 

왜인지 아직 부루퉁해서 삐죽 나와있는 입술에 짧게 키스를 했다.

 

웃어주세요, 사사키상.

삐진 얼굴도 좋지만, 웃는 얼굴이 제일 좋아요.

 

 

「…정말」

「사사키상?」

「뭐야」

「기분 풀렸어요?」

「흥… 풀렸어」

 

 

 

 

 

 

 

본래라면 심야라고 불리는 시간대.

이런 밤중에 사사키상과 걷는 것, 그것만으로도 비일상을 느껴서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가는 신사도 여름축제를 했던 신사도 아닌 또 다른 분위기에 자연스리 발걸음이 가벼워진다.て

 

그러자.

 

 

「사사키상ー!」

「아! 마오핀!...이랑, 후나.」

「어이! 덤인 것처럼 말하지마~!」

 

 

붕붕 손을 흔드는 후나와 마오쨩이 다가왔다

순간 사사키상의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빼려고 하자, 왜인지 강하게 잡혔다.

 

놀란 얼굴로 올려보자, 사사키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아.

 

고개를 숙이며 신년 인사를 나눈다.

 

마오쨩, 기숙사에서 혼자 사니까 본가에 돌아가려나 싶었는데 가족이랑 보내지 않았구나.

 

힘차게, 생글생글 웃는 마오쨩은 언제 만나도 밝아서, 함께 있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엄청 멋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붙임성 있는 미소로 다가오는 후나도 그렇다.

두 사람이 모이면, 누구라도 금새 웃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이어져있는 우리의 손을, 후나가 일부러 「옷」 하는 소리를 내며 가르킨다.

그걸 눈치채고, 바로 눈ㅇ르 돌렸다.

 

 

「신년에도, 사이가 좋구만~!」

「덕분에」

 

 

극히 평소와 같은 톤으로 말하는 사사키상에 비해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으면 좋을지 몰라서, 줄지어 있는 점포들을 둘러봤다.

좋겠다 좋겠다 하며 가볍게 점프를 하며, 후나와 마오쨩은 꺅꺅거리고 있었다.

 

 

「뭐 재수 좋게 본 걸로 치지」

「무스부쨩도 말이야! 뭔가 좋은 사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전혀 알려주지도 않고!」

「뭐어ー! 마오핀도 빨리 멋진 사람을 찾으란 말이야~」

「이것 봐! 그렇게 항상 얼버무리고ー!!」

 

 

이쪽이야말로 신년부터 힘이 넘치는 두 사람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사투리가 섞여 달아오르는 토크가 재밌어서, 사사키상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다행이야.

괜찮아. 괜찮아.

조금이지만 아직 아픈 가슴도, 괜찮아.

마오쨩을 보는 다정한 눈길도 옆모습도, 잠깐...아니 계속 질투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괜찮아.

나는 따뜻한 이 손을 믿어.

 

 

 

 

 

 

이제 곧 3학년의 마지막 시합.

모두가 부상 없이, 승리를 잡을 수 있길.

 

그리고 사사키상과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언제나 웃는 얼굴로 지낼 수 있길, 제대로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첫 참배에서 돌아오는 길, 「올해도 잘 부탁해」하고, 수줍어하는 사사키상.

그 후에 말해준 「좋아해」가, 뭔가 묘하게 긴장해있고, 서툴고, 귀여워서.

"사사키상은 초식이 아니야"

라고 타케우치상에게 말해버린 건 비밀로 하기로 했다.

 

 

 

 

 

 

 

 

 

 

 

 

 

* * * *

 

 

 

 

 

 

 

 

 

 

 

 

「사사키」

「네! 아, 수고하셨습니다!」

 

 

어느날의 연습 후.

카가 선배가 말을 걸었다.

 

「이번 일요일에 뭔가 예정 있어?」

「일요일? 아니요, 딱히 없어요」

「그럼 잠깐 어울려주지 않을래?」

「아, 네」

 

 

옆에서 즐거운 듯 웃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배를 잡고 지금이라도 웃으며 나뒹굴어질 것 같은 기세로 폭소하고 있는 미니즈가 있어서, 나까지 무심코 웃음이 나버렸다.

 

 

그러자 내 옆에서 카가 선배도 다정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 미리 말해두겠는데 딱히 데이트 하자고 꼬신 건 아니니까」

「아, 알고 있어요!」

 

 

 

 

 

 

 

 

 

 

카가 선배를 끌려나와 도착한 곳은 일요일의 신사.

당연하지만 오늘은 학교도 부활동도 쉰다.

 

 

「미안하네, 시간을 뺏어서」

「아뇨! 오히려, 함께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대회의 결승전을 향한 필승기원.

 

첫 참배와는 또 다르다.

몸을 단정히 하고, 인사를 한 후 토리이 밑을 지난다.

 

조금 앞을 걷는 카가 선배의 등, 이렇게나 의젓했구나…

이제 곧 있으면, 나는 이 등을 쫓을 수 없게 된다.

 

타케상이 졸업해버렸을 때는 그저 마냥 서운하고, 불안으로 가득해서

하지만 타케상이 없는 만큼, 남은 모두가 강해지는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타케상이 없어지니까 약해졌다고 듣지 않도록 좀 더 최강이 되자고, 그렇게 맹세하며 성장도 했다.

 

그때 역시 누구보다도 우리를 이끌어줬던 건 카가 선배.

 

그리고, 올해는 그런 카가 선배가 졸업을 한다.

쓸쓸함이나 불안만이 아닌, 작년에는 없었던 책임감이라는 것이 확실히 싹트고 있었다.

 

 

짝, 짝…

 

깊게 머리를 숙인 후, 얼굴을 들고, 똑바로 예배소를 봤다.

옆의 카가 선배도 머리를 들고, 똑같이 앞을 응시한다.

 

 

「사사키」

「네」

 

 

「다음 부장, 너에게 맡기고 싶어」

 

 

공기는 찬데, 태양의 온기를 담은 어딘지 따뜻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해주겠어?」

「―――…넵」

 

 

언제나…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카가 선배로부터의 신뢰.

라이벌이자, 존경하는 선배이자, 부장.

 

그 뒤를…내가 이어가는 건가.

자신은, 아직 없다.

 

아직, 모르겠다.

 

제대로 모두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카가선배처럼 멋있는 부장이 될 수 있을지,

타케상처럼 모두에게서 사랑 받는 부장이 될 수 있을지, 지금은 아직 아무것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적지 않은 무게가 실리는 프레셔ー

 

엄청 영광인 일.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인데.

나로 괜찮은 걸까, 이런 겁쟁이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다들 따라와줄까. 

 

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주면 좋겠다. 그런 마음도 거짓은 아니었다.

 

 

「사사키답게 해. 누군가의 흉내가 아닌, 사사키의 부장을 하면 되는 거야」

 

 

마음을 알아준 건지, 그렇게 말하며 힘차게 내 어깨를 친다.

 

 

「사사키라면 괜찮아. 내가 말하는 거니까 자신을 가져」

「…넵」

「힘 내!」

「네! 아, 응원 와주셔야해요? 가끔은 보러 와주세요!」

「아하하. 응석부리지 마ー」

 

 

난폭하게 머리를 마구마구 헝클어주는게 기분 좋아서 웃었다.

 

 

「가자. 제대로, 항상 신경쓰고 있을테니까」

 

 

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코를 훌쩍이며 꾹 참았다.

 

카가 선배와는, 학년은 다르지만, 언제나 라이벌이었다.

분한 기억도 잔뜩 있다.

 

이기질 못해서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카가 선배처럼 잘 하지 못해서, 몇 번이고 분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렇게나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최근에야 알게된 것이다.

 

 

「사사키는 농구부의 동료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누구보다도 신뢰했었어」

「앗…감사합니다…」

「최고의 라이벌이었지」

「저도 그래요!」

「이러고. 에이스에게 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말하냐는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분했던 적도 많이 있었고. 농구 이외에도 말이지. 하하하!」

 

 

그건…그렇지.

나와 선배는 연적이었다.

 

물론, 껄끄러웠던 시기도 있었다.

플레이에도 영향을 줬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안녕」 이라던가 「수고했어」라던가, 사소한 인사부터

카가 선배는 나를 받아줘서, 갈라진 틈을 조금씩 채워줬다.

 

지금 이렇게 누구보다도 연이 깊어졌다고 느끼는 건, 카가 선배 덕분이다.

 

 

「…대학에 가면, 카미를,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어이, 자신을 찬 여자애를 신경쓰라고?」

「아, 죄송해요」

「하하하, 농담이야. 이상한 놈이 들러붙지 않도록 보고 있을게」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배에게 응석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정초에서 조금 지난 신사는 첫 참배객도 이제 별로 오지 않아,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에마라도 쓰고 갈까. 라는 권유에 솔직하게 승락하고, 자신이 쓴 에마를 건다.

 

내 바람은, 물론

『승리할 수 있길!!』

그리고 작게

『카미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길』

이라고 썼다.

 

내가 썼지만 욕심이 넘치는 바람이라 웃어버렸다.

 

 

「카가 선배 다 하셨어ー…요?」

「…」

「…선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옆모습.

하나의 에마를 손에 쥐고,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아ー, 아니야」

 

 

슬쩍 들여다본 에마에는 귀여운 글씨.

아마, 여자애가 쓴 에마겠지.

 

아마가 아니라, 바로 알았다.

 

 

「…아,」

 

 

 

"둔감한 소꿉친구가 돌아봐주길.

        요코야마 레이나 "

 

 

 

「이거 말이지…」

「아아…뭐, 요코양 같네요. 라고 할까, 요코양이네요」

「…」

「카가 선배…어떡하실 거예요?」

 

 

뭐에 대한 "어떡하실 거예요?" 인지, 카가 선배가 멋대로 해석하게 내버려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고.

 

다만 카가 선배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부드러운 표정으로 요코양과 이야기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부활동에서 돌아갈 때도, 전까지는 요코양이 부르러 오면 「에ー. 그럼 같이 돌아갈까」라는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선배가 먼저 요코양에게 말을 걸러 가고 있었다.

 

…새로운 사랑에 나아가는 일은, 아마,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도 그럴게 하나의 사랑에 마주하는 것도 심신 전부 전력인 걸.

어중간한 마음으론 할 수 없다.

 

그 등을 제대로 밀어주고 싶지만,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은 참견할 수 없다.

참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선배가 먼저 말해오는 것을 기다렸다.

 

 

「나는 말이야…」

「…네,」

「나는,쳐 카미코쿠료상을 좋아하게 되고, 행복한 기분도 알고, 괴로움도 알고, 사사키만 바라보는 카미코쿠료상을 알고, 그런 식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어딘가 먼 곳을 보는 옆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내가 카미코쿠료상에게 차인 후, 잠깐동안, 요코야마 녀석 나를 피했었거든」

「아ー…」

 

 

요코양…아마이지만, 카가 선배가 카미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봤던 것 같다.

그날, 학교의 복도에서 눈물을 흘리는 요코양과 스친 것은, 분명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알고, 처음에는 열이 받았어. 그 녀석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울었어, 내 앞에서」

「엣」

「우는 모습은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데. 뭔가...그 왜, 그 녀석, 웃는 얼굴이 엄ー청 귀엽잖아」

「네」

「그 웃는 얼굴을 봤더니, 엄청 안심이 되어서. 가슴이 죄어와서. ...이 미소를 지키고 싶다고 분명히 생각했어. 요코야마 같은 녀석을 보고 」

「그건…」

 

 

그 감정의 답은, 분명 내 쪽이 아니라.

카가 선배가 스스로 깨닫는 편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을 삼켰다.

 

 

「언제나 함께 있는데.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있었는데. 뭔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그 뺨을 붉게 물든다.

 

생각에 잠긴 얼굴을 풀어주고 싶어서 「라이벌이 줄어서 기쁘네요」라며, 조금 건방진 소리를 했다.

 

카가 선배는 바로 「건방진 소리 하지마」라며 다시 머리를 마구마구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건방진 김에 한 마디 더 하자면, 카가 선배의 조금 서툰 다정함은 귀엽다고 생각한다.

이건 말하지 못하지만.

 

그리고, 입에 발린 말일지도 모르지만...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결승전 전의, 마지막 부활동.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자연스레 모여든 원진.

카가 선배의 외침에, 기합을 넣는다.

모두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마음은 같았다.

 

마음이 복받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는 건 결승에서 이기고나서다」.
그렇게 다들 격려하며, 모두 웃는 얼굴로, 진심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ー」





그리고.

한 명 한 명 줄어가는 체육관.


「오늘로, 마지막이네요」


카미와의, 자주 연습도 이것으로 마지막.
오늘로…끝이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텅 빈 체육관을 둘러본다.

연하라고 생각했던 카미가 갑자기 연상으로 나타난 그 날
둘이서 아침 연습을 했던 날
마사지를 해준 날
삐걱거려서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날

 

여기에는 추억이 많이 있다.

가슴이 괴로워…


「시합, 힘내주세요」
라며, 올려다 봐오는 카미를 봤더니, 눈물이 넘칠 것 같아서, 눈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그럼 있잖아! 주문을 걸어줘. 카미」
「주문? 사사키상이라면 괜찮아요. 지금의 모두라면, 팀워크도 확실하고, 무적이에요!」
「고마워. 그것도 기쁘지만, 그게 아니라」
「에?」


카미에게서 시선을 피하면서, 자신의 뺨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마 카미도 알아차리고
쑥쓰러운 듯 자신의 앞머리를 만지작 거린 후, 내 뺨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멋있는 사사키상을 보여주세요」


고운 속눈썹을 내려 깔고, 뺨을 물들인다.

쿵.
가슴이 울린다.

내가 부탁한 일인데, 뺨에 부드러운 온기가 닿은 탓에, 갑자기 고동이 빨라진다.

그치만 그렇게 귀여운 말을 들으면,
그런 귀여운 얼굴을 하고 미소지으면,


「사사키상?」


부르는 목소리에, 겨우 자신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 아직,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이 아니야.
어른이 아냐.
어른이 아니라고.

이 마음을 스스로 긍정하기 위해서, 몇 번이나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잠깐 와봐」
「엣?」


작은 손을 강하게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불안하게 나를 부르는 카미.
돌아보고, 방의 문을 잠그고, 카미의 뺨을 손바닥으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문에 카미의 몸을 밀어붙이듯 키스를 했다.


「읍…」


내 손목에 카미의 손이 닿는다.
하지만, 그건 살짝, 잡혔을 뿐.


「사삿…」


시합에서 멋있는 나를 보여줄테니까.
시합에서는 제대로 멋있는 사사키로 있을테니까.

지금은 흐트러지고 멋있지 않아도 멋있게 행동하지 못해도, 뭐든 좋아.

오늘이 마지막,
오늘로 최후인, 카미와의 둘만의 체육관.

오늘만큼은 이렇게 하지 않곤 있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죄여와서 찌릿찌릿 아팠다.
카미가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할지 모르겠어.

이렇게, 이렇게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 와버리…」
「안 와…」
「읏…」


능숙히 할 수 없어.
숨을 돌리는 방법도 모르겠어.
서툴고 볼품 없어.
부딪치듯이 서툰 키스이지만, 카미가 내 소매를 꼬옥 쥐고, 힘껏 반응해주니까, 나도 자만하게 돼.

드라마의 흉내를 내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빠져들어 되풀이하고
산소가 부족해져서, 최면이라도 걸린 듯 머리가 멍하고
자신의 오른손이 멋대로, 카미의 허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더듬고, 옆구리를 따라 몸을 쓸고…


부스럭부스럭


「「!!」」


소리가 들려, 당황하며 몸을 뗀다.

…잠깐, 기다려.
나, 지금, 카미에게 뭘 하려고 한 거야??


「…누가, 왔어?」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정말…」
「미안 미안!」
「바보…」


훌쩍, 하고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당황하며 카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카, 카미, 미안! 그, 그그그그렇게 싫어할 줄 몰랐어!」
「틀려요…」
「에?」
「쓸쓸해져버렸잖아요…」 


카미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닦는다.
작은 손을 감싸듯이 자신의 품에 안고, 몸을 움츠리는 카미를 보고, 심장이 꾹 죄어왔다.

그 모습이 덧없고, 지워져버릴 것 같아서, 힘껏 껴안았다.


「…카미랑 같이 졸업하고 싶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세요…」


눈물을 흘리며, 새빨간 얼굴로 고개를 떨구는 카미가 사랑스러워서, 얼굴을 들여다보듯 다시 입술을 겹쳤다.

사소한 일이 방아쇠가 되어 둘이서 엉엉 울었다.
이 가슴은 어떻게 되어버린 것처럼 계속 죄어오기만 했다.

우는 건 우승을 하고나서다, 라고, 역시 큰소리는 칠 수 없었다.











카미를 바래다주고, 여느날처럼 사이제에서 무로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눈이 무거워.

 

하지만 비비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붓지 않은 게 유일한 다행이었다.
무로의 안색을 살펴봐도 들키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들켰다면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까.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때, 우연히 들어온 우에무라 선배가 「리카코! 여기 있네!」 라며 나를 가리켰다.


「아, 우에무라 선배. 수고하셨습니다」
「우ー에ー무ー라ー잖ー아!」
「있잖아ー! 부실에서 끈적거리리 말아줄래? 아하하하!」
「엣! 에! 아, 에?」
「엣! 뭐야 그 이야기! 우에무라, 사삿키 뭐했어!」
「농구부 부실에서 카미코를 덮쳤―――」
「와ー! 하ー지ー마ー세ー요!!」

「뭐야 뭐야 소란스럽네」


조금 늦게 도착한 타케상이 우에무라 선배의 어깨를 감싼다.

하지만 타케상이 더 작으니까, 엄청 발꿈치를 들고 있어.


「농구부 모임이잖아」
「타케쨩 선배! 리카코가 카미코를 부실에서 덮쳤어요! 덕분에 물건을 가지러 못갔어!」
「하아ー!? 우리의 땀과 눈물과 청춘이 가득 쌓인 부실을 불건전한 목적으로 쓰지마! 하하하!」
「잠깐! 잠깐 목소리가 커요!」


불건전한 일, 을, 확실히 조금이지만 생각한 자신을 떠올리고 얼굴이 화끈해졌다.

역시 사삿키 손이 빨라...라던가
리카에겐 그런 배짱 없어, 라던가
어쩐지 다들 들러붙어서 놀리고 있지만, 아무 대꾸도 할 수 없다.

한심해…


「것보다, 우에무라 뭐야, 여자친구 기다려ー?」
「아ー, 들켰어요ー?」
「아! 카나자와 코치가 오는구나?」


에? 여자친구?
에, 에, 무로? 뭐라고 했어 지금?

카나자와 코치????



「사이좋게 지내고 있잖아」
「걱정을 끼쳤네요, 타케쨩 선배!」
「그럼 토모코가 올 때까지 여기 있어! 자자! 앉아!」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사정이 어려운 나지만, 겨욱 파악했다.

설마 설마라 깜짝 놀랐는데
다들 졸업 전에 제대로 행복해져서 뭔가 기뻐.


…하지만, 나는 자신의 가슴에 태어나버린, 이라고 할까 알아버리고 만 "카미를 만지고 싶다" 라는 감정에
지레 두근두근 해버려서, 아니, 소란스러워져서, 모두의 이야기도 어쩐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이! 에이스! 듣고 있어!?


타케상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머리속에 꽃힌다.



「네에? 저? 아, 죄송해요」
「카에디에게 연락이 왔어」
「아…」
「부! 장! 힘내」
「욥! 사삿키 부장! 힘내~!」
「휴ー! 사사키 부장!」
「…네, 열심히 할게요」


걱정도 많이 있고, 자신도 없다.
모두 졸업해버리지만, 하지만 이렇게나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언제든지 곁에 있다는 걸 아니까.

괜찮아.

응. 하고 끄덕이는, 모두의 미소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결승전, 응원하러 갈테니까. 제대로 보고 있을테니까」
「오늘만큼은 말하게 해주세요! 타케상 부장!」
「타케상 부장!」
「타케쨩 부장!」


무로에게 있어서도 우에무라 선배에게 있어서도 마지막 시합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는다.


우승하고 기뻐하는 자신들을 떠올렸다.

 

좋아.

 

제대로 결과를 남기고, 타케상이 봐줬으면 좋겠어.









…。









화창한 하늘.
우승을 장식하기에 어울리는 쾌청함.

 

3학년에게 있어서 마지막 대회.
지금의 농구부에게 있어서, 마지막 시합.

결승전.

 

시합 회장인 종합 체육관에는 농구화가 미끄러지는 소리, 함성, 기합을 넣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아ー 어쩌지, 긴장하기 시작했어」
「심호흡! 심호흡이에요, 사사키상!」
「후우ー」
「후후. 한심한 얼굴 하고 있어」
「와, 싫다! 보지마ー」
「그 얼굴도 좋다는 말이에요」
「엣?」
「아, 그런 반짝이는 눈으로 보지마세요」


카미쪽을 향하자, 카미는 내 어깨를 돌리고 등을 때렸다.

퐁 하고.
보기좋게 깔끔한 소리가 났다.

카미가 주는 마지막 기합이다.


「자! 제대로, 하고 와주세요!
「오우」





마지막 원진.
정말, 이게 마지막.

오늘의 원진은 카미와 후나도 함께.

객석에서 날아오는 함성 속, 카가 선배의 큰 목소리가 가슴에 직접 울려퍼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우리들의 팀워크,
전부를 최선을 다해서 끌어내자!
마지막까지 즐기자!

모두 정말 좋아해!

루루쨩이 눈시울을 훔치고, 우에무라 선배가 코를 훌쩍인다.
무로가 호쾌하게 웃고, 나는 소중한 모두를 한 명 한 명 제대로 바라봤다.

카가 선배는 눈이 빨개져 있었지만, 결코 울지는 않았다.









시합은 접전.


하지만 확실한 반응을 느끼며, 나아간다.

 


남은 시간…앞으로 5분.

슛을 넣으면 반격을 당해 다시 동점이고, 시합은 그야말로 일진일퇴.




남은 시간은 앞으로 30초.

72-70
이쪽이 리드하고 있다.

공은 상대팀에게.
하지만, 이걸 막을 수 있다면 가능해.
이길 수 있어!

15초,

5초…


탕탕…

화려한 드리블, 그리고 페인트를 구사하며,



샥………



상대의 3점 슛이 네트를 가른다.




그리고
회장에 부저가 울려퍼진다.




와아아아아


갈라질 것만 같은 대함성.





「하아, 하아…」


나는 양무릎이 꺾인다.
말도 하지않고, 헐떡이는 가슴이 잦아드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일제히 코트에 모이는 상대팀.
아연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하지 못해서, 뜨거운 무언가가 복받쳐 오른다.

머리를 살며시 토닥이는 느낌에 올려보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카가 선배가 「수고했어」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졌어.
우리들, 졌구나.

바로 일어서서 카가 선배와 끌어안는다.
그러자, 무로, 우에무라 선배, 루루쨩....모두가 우리를 감싸듯이 안겨들어 왔다.
이제 이곳의 주역은 우리가 아니야.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틀림없이 자신들이 이 이야기의 주역이었다.

우승을 장식하지는 못했다.

카가 선배, 무로, 우에무라 선배, 그리고...카미.
3학년의 청춘이 지금, 하나, 끝났다.

우승을, 승리를 선물하고 싶었다.

분함에 눈물이 멈추지 않아.
주먹이 작게 떨린다.
하지만, 왜인지, 모두 울면서 웃고 있었다.


벤치로 돌아우자 바로 모두에게 둘러쌓인다.
누구 하나, 진 우리를 탓하지 않는다.
모두 「준우승 축하해!」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며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누구보다도 울고 있던 건...카미였다.
그 오열에, 나는 넘치는 눈물 그대로 솟아오르는 사랑스러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훌쩍…」
「하하하」
「우으…」
「카미, 그렇게 울면 내가 울지 못하잖아」
「우우…훌쩍…」
「카ー미ー?」


울지 못하잖아, 라며 잘난 듯이 말해놓고, 엄청나게 울고 있는 건 어디의 누구냐 싶지.
저입니다.


「미안, 이기지 못했어」


목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붕붕 흔든다.


머리를 다정하게 퐁, 하고 두드리자, 카미는 팔에 매달리ㅁ
「멋있었어요…」
라고 말해주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카미에게 들은 이 말이 제일 자랑스럽고,
가장 기쁜 말이었다.






대기실로 돌아가, 타케상이나 마나쨩, 요코양, 카와무, 오늘도 사진을 찍어준 캇사.
배구부의 카나자와 코치와, 미야자키 선생님.
응원을 와준 모두,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배구부의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하핫.
모두 코끝이 빨개져있어.

드물게 훌쩍이고 있는 후나의 등을 두드렸다.


「후나, 왠일이야」
「오히려 사사키상이 나보다 울지 않고 있는 것에 깜놀인데」
「울고 있어! 후나가 너무 우는 것 뿐이야ー. 하핫, 훌쩍…」
「카미코에게,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응, …후나」
「응?」
「이 분함, 잊지 말자. 우리는 내년에도 힘내야하니까. 부장을 서포트 해줘야지! 하하, 내년에도 잘부탁해」
「히히힛, 물론!」


후나의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울린다.

 

눈물을 닦는 후나의 어깨를 두드리고, 카가 선배가 일어선다.


「타케우치 부장의 뒤라 프레셔도 있었지만, 엄청 즐거웠어! 보람도 있었어! 믿음직스러운 3학년, 신뢰할 수 있는 후배, 모두 열심히 따라와줘서 고마워」


카가 선배의 목소리에 우리는 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아까까지는 눈물을 흘리는 카가 선배를 요코양이 질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인가 요코양이 더 오열하고 있고.


「아하하! 어이어이, 요코야마 너무 울잖아?」


그렇게 말하며 카가 선배는 요코양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엄청, 따뜻한 눈을 하고 있었다.

배구부는 배구부대로 소중한 시합을 기다리고 있어서, 오늘도 다들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와중, 배구부를 대표해서 응원을 하러 와준 것은 요코양.
배구부라던가 농구부라던가 그런건 이제 관계 없이, 와준 모두, 오지 못했지만 응원해준 사람 모두, 전원이 동료였다.

구석에서 나카니시 선생님과 함께 있던 캇사가 가운데로 스스스슥 미끄러져 들어온다.


「우와아…깜짝이야」
「여러분은…여러분은 일본 제일로 멋있어요! 저희에게 있어서, 우승은 당신들이에요! 이번에, 결과적으론 준우승이지만, 준우승을 자랑스러운 것이에요! 저는, 올해의 농구부가, 농구부의 모두가...우우, 정말 좋아요…」


캇사도 오열.
호쾌하게 콧물을 훌쩍이는 모습에 모두가 웃는다.


「좀 너무 울잖아, 모모나아」


그걸 보고, 카미도 울며 웃는다.

뭔가 우리 모두, 울기만 하고, 훌쩍거리고, 멋은 없지만, 이것도 나쁘지는 않아.
시합에는 졌지만, 뭘까 이 자랑스러움.
농구부가 낳은 멋진 동료.
멋진 인연.
모두가 좋아.
모두가 정말 좋아.


엄청, 엉망진창이고, 엄청 촌스럽지만,
뭔가 멋지잖아, 우리.


언제인가, 연습시합에서 지고, 한심할 정도로 울부짖었다.

그때는, 분명 이런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과는 나도 바뀌었다.


조금일지도 모르지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모두의 덕분.

…카미의 덕분.



울고 웃으면서도, 역시 누구보다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 카미.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몇 번이나 눈가를 닦는 카미를, 사람들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끌어안았다.


「카미, 매니져 수고했어」


우는 얼굴을 내 품에 숨기듯이 다정히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우와앙 하고 크게 울었다.

나도, 카미라는 매니져가 있는 일상에서 졸업해야만 해.


「카미가, 농구부의 매니져가 되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네…」

「무스부 덕분이라고ー! 감사하도록 해ー!」
「하핫, 시끄러워ー」

「사사키」
「네」
「내년은 부탁한다」
「훌쩍…네…」


카가 부장의 말에 제대로 끄덕인다.


「모두의 꿈, 내년이야말로 저희가 이룰게요…!」


옆에서 힘차게 끄덕여준 루루쨩과 아이컨택을 했다.

모두의 꿈을 여기서 끝내지 않아.

모두의 의지를 계승해서.
절대로, 모두의 꿈을 이어서, 우리가 이루어내 보이겠어.






농구부,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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